[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85. 흰웃옷 속에 받치는 흰빛인 웃옷이라면 ‘흰 + 웃옷’처럼 엮으면 어울린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흰웃옷을 가리키는 말을 일본에서 받아들인 일본영어인 ‘와이셔츠’를 고지식하게 쓰는데, 영어조차 아니고 우리 삶하고도 동떨어진 엉뚱한 말씨는 얼른 걷어내야지 싶다. ‘셔쓰’냐 ‘셔츠’로 다툴 까닭이 없다. ‘웃옷·윗도리’라 하면 되고, ‘적삼·저고리’ 같은 우리말이 버젓이 있다. 흰웃옷(희다 + ㄴ + 웃 + 옷) : 속에 받치는 흰빛인 웃옷으로 깃이 있고 소매가 있으며, 깃에는 댕기를 맬 수 있다. 하늬녘 차림이다. (= 흰윗도리·흰적삼·흰저고리·하얀웃옷·하얀윗도리·하얀적삼·하얀저고리·저고리·적삼·윗옷·윗도리·위. ←셔츠shirt/샤쓰シャツ, 와이셔츠ワイシャツ·Yシャツ/white shirt·dress shirt/와이샤쓰) 86. 다리꽃 흔히 ‘장애인 이동권’을 말하는데, 그냥 ‘다리꽃’을 말해야 알맞다고 느낀다. ‘어린이 다리꽃’이며 ‘아기 다릿날개’를 펼 적에는 누구나 홀가분하면서 즐겁고 느긋하게 어디이든 오갈 만하다. 아기는 어버이가 안거나 업거나 아기수레에 태워야 길을 다닐 수 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6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 노나리 책나물 2021.8.31.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노나리, 책나물, 2021)는 경북 울진이라는 마을을 새록새록 돌아보는 발걸음을 보여주려 합니다. 울진을 ‘울진사람’ 눈길이 아닌 ‘이웃사람’ 눈길로 보고 느끼고 헤아리는 줄거리인데, 조금 더 느슨하고 느긋하고 느리게 맞이하고 녹이고 품으면 퍽 달랐을 텐데 싶더군요. ‘한 해’ 동안 누린 발걸음으로도 얼마든지 글을 여밀 만하고, 엄마아빠랑 할머니가 발붙이는 터를 되새기는 마음으로도 글을 쓸 만합니다만, 서울(도시)뿐 아니라 시골도 ‘한해살이’로는 겉훑기로 그치게 마련입니다. 네철을 바라보았다는 대목은 대견하되, ‘네철을 네 해쯤’ 마주해 보아야 비로소 철빛 언저리를 건드릴 만하고, ‘네철을 네 해씩’ 네 판을, 그러니까 ‘열여섯 해’를 녹여낸다면 누구나 눈뜰 만한데, 적어도 ‘열 해(들숲이 바뀌는 길)’를 들여다보아야 고을맛도 마을빛도 하나하나 노래할 만하다고 봅니다. 서두르는 글은 으레 섣부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뿐입니다. ㅅㄴㄹ 그렇게 막무가내로 울진 여행을 시작했다 → 그렇게 무턱대로 울진 나들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5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 이재철 홍성사 1995.8.5.첫/2021.1.26.고침2판)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이재철, 홍성사, 2021)는 아버지란 자리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줄거리를 풀어냅니다만, 곰곰이 읽자니 ‘아이돌봄’은 짝꿍인 어머니가 도맡아서 했군요. 이따금 아버지로서 아이를 지켜본 삶을 글로 옮기는 분이 있습니다만, 아직 웬만한 책은 ‘돌봄글(육아일기)’이 아닌 ‘구경글(관찰일기)’에 머뭅니다. 바쁜 틈을 쪼개어 한동안 조금 놀아 주었기에 어버이나 아버지일 수 없어요. 이러다 보니 ‘아이한테서 배우는’ 길을 제대로 못 누립니다. 누구‘한테서’ 배운다고 하지요. ‘한테(에게) 배우는’이 아닙니다. ‘한테서’ 배웁니다. 아무것도 아닌 말씨 하나로 여긴다면, 그만큼 더더욱 아이 곁에 서지 못 한다는 뜻이요, 아주 작은 말씨 하나부터 추스르려는 마음이라면, 스스로 무엇을 복판에 놓고서 아이 곁에서 보금자리를 일굴 적에 비로소 ‘아버지’라든지 ‘어머니’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알아보겠지요. 놀이터(유원지)에 가야 놀이일 수 없습니다. ㅅㄴㄹ 하나님께서 제게 첫 아들을 주신 것은, 제가 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81. 철바보 어릴 적 어머니가 문득 읊은 ‘철부지’란 낱말이 어려워 “어머니, 철부지가 뭐예요?” 하고 여쭈었더니 “철부지? 어려운 말인가? 철을 모르는 사람이란 뜻이야. 철딱서니없다는 뜻이지.” 하고 부드러이 알려주었다. 우리말로 “모르는 사람 = 바보”이다. 그러면 ‘철바보’처럼 처음부터 쉽게 이름을 붙이면 어린이도 어른도 다들 쉽게 알아차리고 이야기를 펼 만하리라. 철바보 (철 + 바보) : 철을 모르거나 잊거나 살피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사람. 철이 들지 않은 사람. (= 코흘리개. ← 철부지-不知, 삼척동자, 무지無知, 무지몽매, 지각知覺 없다, 불효, 불효막심, 불효자, 불효녀, 불효자식) 82. 큰가작 어린이 눈으로 바라보는 길이란, ‘눈높이 낮추기’가 아닌 ‘눈높이 넓히기’이다. 몇몇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말을 치우고서, 누구나 알아보면서 삶을 북돋우고 빛내어 가꾸는 길을 열려는 마음이라면 ‘어린이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말을 편다’고 느낀다. 밥집에 간 아이들이 차림판에 적힌 ‘대중소’란 글씨를 보며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둘레 어른은 으레 “큰 것하고 중간 것하고 작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4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신이현 더숲 2022.5.27.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신이현, 더숲, 2022)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책이름에까지 ‘내추럴’을 넣고, ‘-해지는’이라는 옮김말씨를 붙이기도 하는군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푸르게 사는 길”이나 “풀빛으로 사는 오늘”이나 “삶을 풀빛으로 가꾸는 길”이나 “삶을 푸르게 가꾸는 하루”쯤 될 테지요. 곰곰이 보면 ‘생태·환경’을 지나 ‘자연·그린’에 ‘내추럴’을 말하는 분들은 우리말 ‘푸르다’를 참 싫어합니다. ‘푸르다 = 풀’이요, ‘풀 = 풀빛 = 풀다’요, ‘품다’에 ‘푸지다·푸근하다’ 같은 낱말이 한뿌리로 잇는 줄 하나도 안 바라보는 탓이지 싶습니다. 풀은, 푸른별을 푸르게 덮으면서 모든 빛을 풀어내고 품으면서 푸근하게 받아들입니다. 푸른들을 푸른 줄 느끼거나 헤아리지 못 할 적에는 우리 숨결이 파란하늘을 파랗게 담으면서 하늘빛으로 젖어드는 줄 알아차리지 못 하겠지요. 말 한 마디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삶은 저절로 바뀌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대구의 한 학교에 막무가내로 밀어넣었다 → 대구 어느 배움터에 밀어넣었다 → 대구 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다듬읽기 23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 강만길 창비 2016.7.15.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강만길, 창비, 2016)를 읽었습니다. 강만길 님도 일본 한자말을 꽤 쓰지만, 다른 글바치에 대면 아무렇게나 쓰지는 않습니다. ‘훈민정음·한글’이 얽힌 뿌리를 살피기도 한 분이기에 어느 만큼 쉽게 풀어서 쓰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대목까지 엿보기는 어렵습니다. ‘발자취’를 다루는 ‘길’이기에 옛길을 살피며 오늘길하고 앞길을 돌아보게 마련인데, ‘발걸음’을 ‘새길’로 내딛으려면 ‘말길·글길’도 ‘새말·새빛’으로 나아가도록 가다듬을 적에 한결 밝으면서 숨길을 열 만합니다. ‘앞으로 태어나서 자랄 어린이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씨’로 우리 삶길이며 살림살이를 짚고 다룰 수 있다면, 우리 앞날은 틀림없이 다를 만하리라 봅니다. 일본말씨하고 일본 한자말을 걷어내는 손길 하나도, 조그맣게 거듭나면서 피어나려고 하는 몸짓입니다. 글도 책도 모르던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가 쉬운 말씨에 깃들었거든요. ㅅㄴㄹ 살아온 세상을 되돌아보는 자서전 같은 것을 내어놓은 지 → 살아온 나날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78. 올날 바로 이곳에 있는 날은 ‘오늘’은 ‘오다 + ㄴ + 날’인 얼개이다. ‘온날 = 오늘’이다. 날이 지났기에 ‘지난날’이라 한다. 그러면 앞으로 올 나날을 헤아릴 적에는 ‘오다 + ㄹ + 날’인 얼개로 ‘올날’처럼 쓸 수 있다. 또는 ‘오는날’처럼 써도 어울린다. 올날 (오다 + ㄹ + 날) (= 오는날·모레·앞날·앞. ← 미래, 후일, 훗날, 내일來日, 후後, 이후, 다음번-番, 초현실, 장차, 장래, 전도前途, 향후, 금후, 차후, 추후, 패스pas, 보류, 이순위, 잠시 후, 차次, 차기次期, 후배, 후진後進, 후임, 후계, 후손, 후예, 후세, 자손, 손孫, 손주, 손자, 손녀, 손자손녀, 격세유전) : 1. 바로 이곳에 있는 이때를 지나면 오는 날. 2. 이제 이곳으로 오는 날. 앞으로 맞이할 날. 아직 이루거나 누리거나 펴지 않았지만, 머잖아 오거나 맞는 날. 꿈으로 그리는 날. 79. 어울눈 영어 ‘gender sensitivity’를 1995년부터 쓴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성인지 감수성(性認知 感受性)’으로 옮긴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일본말씨를 고스란히 받아들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2 《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열매하나 2023.6.22. 《나무 마음 나무》(홍시야, 열매하나, 2023)를 읽었습니다. ‘나무’ 사이에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가 돌아보려고 지나온 나날을 글·그림으로 여민 꾸러미에는 빈자리가 많습니다. ‘빈’자리란, 비운 자리이면서, 비가 씻어낸 자리요, 비질을 하고 빗질을 하면서 새롭게 빛날 자리이니, 아직은 빚처럼 비었다고 여길 자리이게 마련입니다. 빈자리는 둥그렇습니다. 빈자리는 모나지 않습니다. 빈자리는 빗방울처럼 동글동글하지요. 빙그르르 돌듯이 춤춥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잎은 부드럽고 둥그스름합니다. 길쭉하기에 끝이 뾰족하다 싶은 잎도, 톱니를 닮은 잎도, 언제나 푸른별을 푸르게 품으면서 무엇이든 풀어내는 물빛입니다. 이슬을 머금고 빗물을 마시면서 푸른잎이에요. 그러니까 나무는 나무로 보면 되고, 마음은 마음으로 읽으면 됩니다. ‘존재·위하다’ 같은 일본말씨를 끌어들일 까닭이 없이, 푸른말을 쓰고, 숲말을 쓰고, 푸른말을 쓰며 어린이 곁에 서면 스스로 사랑입니다. ㅅㄴㄹ 사랑스러운 푸른색 행성 → 사랑스러운 푸른별 1 서로를 내보이는 삶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1 《식물기》 호시노 도모유키 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5.30. 《식물기》(호시노 도모유키/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책이름을 한글로 ‘식물기’라 적어서 풀꽃나무를 다루는가 하고 살폈더니 ‘植物忌’처럼 한자로 적는군요. 풀꽃이 죽은 날을 다룬다고 여길 수 있고, 풀꽃을 떠나보낸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식물’이라 적을는지 모르고, ‘しょくぶつ’라 말할는지 모릅니다만, 우리말은 ‘풀·풀꽃’이나 ‘풀꽃나무·푸나무’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풀을 ‘풀’로 바라볼 때라야, 푸른별이 왜 ‘푸른’별인 줄 알 수 있습니다. ‘풀·풀다’는 말밑이 같고, ‘품·품다’랑 말밑이 잇습니다. ‘푸근하다·푸지다’로 말밑이 맞닿으니, 풀을 풀로 바라보지 못 하는 눈썰미로는 처음부터 풀을 모르거나 등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곁을 품으며 수수하게 흐르는, 수수하기에 숲빛인 숨결을, 쉽게 풀어서 수더분히 말 한 마디에 얹어 봐요. ㅅㄴㄹ 수풀 속을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수풀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숲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7쪽 주택가나 논밭이나 작은 산이 섞여 있는 장소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74. 네가락놀이 듣기에 즐겁도록 퍼지는 소리를 따로 ‘가락’이라 한다. ‘소릿가락·노랫가락’처럼 쓰는데, 노랫가락이 어우러진다면 ‘가락두레’나 ‘어울가락’이라 할 만하고, ‘가락숲’ 같은 말도 지을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네 가지 ‘가락틀’을 살려서 펴는 ‘가락마당’이 있다. 이때에는 ‘네가락놀이’라 할 만하다. 네가락놀이 (네 + 가락 + 놀이) : 네 사람이 네 가지 가락으로 벌이거나 즐기거나 펴거나 나누는 놀이. 흔히 꽹과리·징·장구·북 네 가지로 노래판을 벌인다. (= 놀이마당·놀이두레. ← 사물놀이四物-, 풍물風物) 75. 풋글 어떻게 쓰더라도 모두 ‘글’이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대로 살짝 적어 놓고서 나중에 다시 살피기도 한다. ‘적다·적바림’을 가르듯, 글을 놓고도 ‘글·밑글’을 가를 만하다. 가볍게 남긴 글이라면, 문득 옮긴 글이라면, 살짝 짬을 내어 후다닥 쓴 글이라면, 앞으로 더 살피거나 살릴 뜻일 테니 ‘풋글’이란 낱말을 새롭게 엮을 만하다. 풋글 (풋 + 글) : 가볍게·처음으로 적거나 옮긴 글. 나중에 살리거나 쓸 생각으로 몇 가지만 적거나 옮긴 글. (= 밑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