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1
《식물기》
호시노 도모유키
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5.30.
《식물기》(호시노 도모유키/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책이름을 한글로 ‘식물기’라 적어서 풀꽃나무를 다루는가 하고 살폈더니 ‘植物忌’처럼 한자로 적는군요. 풀꽃이 죽은 날을 다룬다고 여길 수 있고, 풀꽃을 떠나보낸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식물’이라 적을는지 모르고, ‘しょくぶつ’라 말할는지 모릅니다만, 우리말은 ‘풀·풀꽃’이나 ‘풀꽃나무·푸나무’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풀을 ‘풀’로 바라볼 때라야, 푸른별이 왜 ‘푸른’별인 줄 알 수 있습니다. ‘풀·풀다’는 말밑이 같고, ‘품·품다’랑 말밑이 잇습니다. ‘푸근하다·푸지다’로 말밑이 맞닿으니, 풀을 풀로 바라보지 못 하는 눈썰미로는 처음부터 풀을 모르거나 등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곁을 품으며 수수하게 흐르는, 수수하기에 숲빛인 숨결을, 쉽게 풀어서 수더분히 말 한 마디에 얹어 봐요.
ㅅㄴㄹ
수풀 속을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수풀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숲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7쪽
주택가나 논밭이나 작은 산이 섞여 있는 장소가 좋습니다
→ 마을이나 논밭이나 작은 멧골이 섞인 곳이 좋습니다
→ 골목이나 논밭이나 작은 멧골이 섞인 데가 좋습니다
7쪽
거대한 빌딩이 세워지다 만 넓은 땅
→ 큰집이 서다가 만 넓은 땅
→ 큰집을 세우다 만 넓은 땅
7쪽
유리오의 목소리가 신호였을까
→ 유리오 목소리 때문일까
→ 유리오 목소리를 들어서일까
13쪽
그 모양이 귀여워서 유리오는 온종일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 이 모습이 귀여워서 유리오는 내내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 이 빛이 귀여워서 유리오는 온하루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25쪽
적당한 간격을 두고 최종적으로 하나만 남겼다
→ 알맞게 틈을 두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남겼다
33쪽
눈을 뜨면 그날의 오노나무를 촬영하고
→ 눈을 뜨면 그날 오노나무를 찍고
→ 눈을 뜨면 그날 오노나무를 담고
33쪽
금방 친해졌다
→ 곧 사귀었다
→ 이내 사귀었다
33쪽
내가 빌라로 이사 온 약 이십 년 전
→ 내가 한터집으로 온 스무해쯤 앞서
→ 내가 어울집에 온 스무해 즈음 앞서
56쪽
결국 변생(變生)이나 전생(轉生)해 버릴지도 모르고
→ 끝내 달라지거나 다시 태어날지도 모르고
→ 마침내 바뀌거나 거듭 태어날지도 모르고
66쪽
안이한 위로라고 생각했지만
→ 어설피 달랜다고 생각하지만
→ 엉성히 다독인다 생각했지만
73쪽
내 안대는 어디에 넣었지
→ 내 눈가리개는 어디 넣었지
→ 내 눈천은 어디에 넣었지
76쪽
그런데도 좋은 일 한 사람 대접받는 건 큰 민폐야
→ 그런데도 좋은 일 한 사람으로 올리면 달갑잖아
→ 그런데도 좋은 일 한 사람으로 받들면 고약해
77쪽
달콤한 향기는 너무 진해서 꿀 속에 빠진 듯 숨쉬기가 어려웠다
→ 달콤한 냄새가 매우 짙어서 꿀에 빠진 듯 숨쉬기가 어렵다
140쪽
참배객은 어르신이 많았고 간간이 젊은 커플도 보였지만
→ 절손님은 어르신이 많고 틈틈이 젊은 짝지도 보이지만
→ 어르신이 많이 절하러 오고 젊은이도 제법 보이지만
148쪽
녹색 작은 머리를
→ 작고 푸른 머리를
174쪽
식물의 가격이란 뭘까요
→ 풀값이란 뭘까요
→ 풀꽃값이란 뭘까요
→ 풀에 왜 값을 매길까요
178쪽
대화를 들으면 어떤 체계가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얘기를 들으면 어떤 틀이 있는 줄 알 수 있습니다
→ 수다를 들으먼 어떤 얼거리를 짚을 수 있습니다
209쪽
뜻은 모르더라도 그것이 소통 가능한 언어로 쓰인다는 걸 납득할 수 있습니다
→ 뜻은 모르더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말로 쓰는 줄 헤아릴 수 있습니다
→ 뜻은 모르더라도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말로 쓰는 줄 가늠할 수 있습니다
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