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8 《봉선화가 필 무렵》 윤정모 푸른나무 2008.9.1. 《봉선화가 필 무렵》(윤정모, 푸른나무, 2008)은 꽃이 필 무렵에 꺾여버린 꽃이 어떻게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서 늦꽃으로 피어나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꽃을 지켜보는 분은 다 알 텐데, 이른꽃은 맑고 늦꽃은 짙습니다. 일찍 피는 꽃은 밝고, 늦게 피는 꽃은 환합니다. 어린꽃도 할매꽃도 모두 꽃입니다. 아기꽃도 할배꽃도 나란히 꽃이에요. 꽃은 모두 꽃일 뿐, 꽃이 아닌 꽃이 없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그러니까 나라가 서서 임금님이 있고 나리가 있고 벼슬아치가 있고 글바치가 있던 무렵에, 수수하게 살림을 지으면서 글을 모르더라도 말로 모든 살림을 가르치고 물려주면서 아이를 사랑하던 사람들을 ‘들풀’이나 ‘들꽃’으로 가리키곤 했습니다. 들풀은 들풀이고, 들꽃은 들꽃입니다. 들풀하고 들꽃은 ‘민(民)’도 ‘백성’도 ‘민초·민중’도 ‘인민·시민·국민’도 아닙니다. ‘임금·나리·벼슬아치·글바치’는 예나 이제나 ‘들풀·들꽃’이라는 이름을 좀처럼 안 쓰려 하거나 꺼리거나 내칩니다. 왜 그러겠어요? 그들은 풀도 꽃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7 《오른손에 부엉이》 다테나이 아키코 나카반 그림 정미애 옮김 씨드북 2021.6.23. 《오른손에 부엉이》(다테나이 아키코/정미애 옮김, 씨드북, 2021)를 읽었습니다. 아이하고 어른·어버이가 서로 어떤 사이로 지낼 적에 서로 보금자리를 이루면서 마을이 아늑할까 하는 실마리를 잘 들려주었구나 싶습니다. 어린이는 집에서 얼마든지 느긋하게 배우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어버이가 집에서 함께 배우고 같이 살림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밑바탕으로 둘 노릇입니다. 어린이를 배움터(학교)에 넣기만 한대서 아이들이 배우지 않습니다. 틀에 맞추어 따박따박 외우도록 내모는 배움틀이라면, 아이들은 골이 아프고 벅차고 힘들게 마련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어린이는 놀 틈을 누려야지요. 책을 펴서 배우기도 해야겠습니다만, 먼저 집안일을 거들 줄 알아야겠고, 집살림을 거느리는 길도 차근차근 익혀야지요. 집안일하고 집살림을 등진 채 머리에 부스러기(지식)만 잔뜩 집어넣으면, 어느새 애늙은이처럼 시들고 말아요. 왼쪽하고 오른쪽이 오래도록 헷갈릴 수 있습니다. 내가 선 자리에서 보면 왼쪽이지만, 나를 보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43. 수수께끼로 배우는 삶말 수수께끼란 무엇일까요? 한자말로 비겨 본다면 ‘비밀·정체불명·불가사의·불가해·원인불명·비결·미궁·오리무중·미로·난맥·묘하다·신묘·신비·신기·의문·미해결·미제·형이상학·기이·기묘·기상천회·오묘·괴상·괴이·비정상’이기도 합니다. 영어로 비겨 본다면 ‘퀴즈·미스터리·베일·퍼즐’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한두 가지 뜻풀이로 ‘수수께끼’를 바라볼 수 있으나,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말 그대로 수수께끼가 되어 도무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는 수렁이나 바다밑으로 풍덩 빠져든다고 할 만해요. 얼핏 단단해 보여. 아마 딱딱해 보이지. 어쩌면 튼튼해 보이고. 그런데 무척 부드럽지. 모래를 품었지. 흙을 품었어. 뜨거운 불길을 품었고. 비바람 듬뿍 담았어. 눈을 감고 돌아다녀. 조용히 온누리를 돌아. 묵직한 몸을 두고 다녀. 그저 마음으로 날지. 너희는 날 다리로도 삼고. 디딤자리로도 삼고. 집으로도 삼지. 무덤으로도 삼더라. (수수께끼 001) 2020년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사적 사적 경험 → 내 경험 / 내가 겪은 일 / 몸소 겪은 일 사적 원한 → 내 앙갚음 / 나한테 맺힌 아픔 사적인 대화 → 내 이야기 / 딴 이야기 사적인 일에 → 내 일에 / 딴 사람 일에 / 집안일에 사적으로 만나는 → 따로 만나는 / 살며시 만나는 사적으로 조용히 → 조용히 / 따로 조용히 ‘사적(私的)’은 “개인에 관계된”을 가리키고, ‘개인(個人)’은 “국가나 사회, 단체 등을 구성하는 낱낱의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낱낱인 사람이란 “한 사람”입니다. 이리하여 “한 사람”으로 손볼 만하고, 이제는 ‘한사람’을 따로 한 낱말로 쓸 만하지 싶습니다. 흐름을 살펴 ‘나·내·저·제’로 손보거나, ‘혼자·홀로’나 ‘따로’로 손볼 만합니다. ‘몇몇’이나 “몇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반복적 반복적인 손목 사용으로 → 손목을 쉬지 않고 쓰며 반복적 화재로 인해 → 잇달아 불이 나서 / 불이 끊임없이 나서 반복적으로 꾸는 꿈 → 되풀이해서 꾸는 꿈 / 자꾸자꾸 꾸는 꿈 짧고 반복적인 문구 → 짧고 되풀이 나오는 말 ‘반복적’은 낱말책에 없습니다. ‘반복(反復)’은 “같은 일을 되풀이함”을 뜻해요. ‘반복·반복적’은 ‘되풀이·돌다·꼬박꼬박·맴돌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때로는 ‘자꾸·꾸준히·내내·내처·내리’나 ‘거듭·거푸·또·다시·더·끊임없이’로 손질하고, ‘잇다·이어가다·잇달아’나 ‘늘·노상·언제나·나날이·두고두고’로 손볼 만합니다. ‘그냥·그대로·이대로·저대로’나 ‘줄곧·줄기차다·줄줄이’로 손보아도 어울리고, ‘끝없이·가없이’로 손보아도 돼요. ㅅ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여독에 지치다 여독에 지쳐버린 → 지쳐버린 → 느른한 → 나른한 → 고단한 여독(旅毒) : 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나 병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 지치다 : 1.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서 기운이 빠지다 2.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서, 원하던 결과나 만족, 의의 따위를 얻지 못하여 더 이상 그 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아니한 상태가 되다 한자말 ‘여독’은 “여행으로 생긴 피로”를 뜻한다 하고, ‘피로’는 “지쳐 힘듦”을 뜻한다고 하는군요. “여독에 지쳐버린”은 겹말입니다. 그런데 낱말책 뜻풀이 “지쳐 힘듦”도 겹말풀이에요. 이 보기글은 “지쳐버린”으로 고쳐쓸 노릇이고, ‘느른한·나른한’이나 ‘고단한·고달픈’으로 고쳐쓸 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형형하게 빛나는 형형하게 빛나는 → 빛나는 → 반짝이는 → 밝은 형형하다(炯炯-) : 광선이나 광채가 반짝반짝 빛나며 밝다 반짝반짝 : 1. 작은 빛이 잠깐 잇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양 2. 정신이 잇따라 갑자기 맑아지는 모양 빛나다 : 1. 빛이 환하게 비치다 2. 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거나 윤이 나다 4. 눈이 맑은 빛을 띠다 밝다 : 1. 밤이 지나고 환해지며 새날이 오다 2. 불빛 따위가 환하다 3. 빛깔의 느낌이 환하고 산뜻하다 낱말책에서 한자말 ‘형형’을 찾아보니 “반짝반짝 빛나며 밝다”로 풀이하는데, 여러모로 뜬금없습니다. ‘반짝반짝’은 무엇이고, ‘빛나다’는 무엇이며, ‘밝다’는 무엇일까요? “형형하게 빛나는”처럼 적은 보기글은 ‘빛나는·밝은·반짝이는’ 셋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원천 사유의 원천은 숲이었다 → 생각샘은 숲이었다 / 생각은 숲에서 싹텄다 비리의 원천을 봉쇄한다 → 말썽 밑싹을 막는다 ‘원천(源泉)’은 “1.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 2. 사물의 근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원천’ 얼거리라면 ‘-의’를 털고서 ‘샘·샘물·샘터’나 ‘물길·물줄기’나 ‘모·뿌리·싹·싹눈·싹수·느자구·움’으로 손볼 만합니다. ‘싹트다·싹나다·움트다·솟다·트다’나 ‘밑·밑동·밑거름·밑그림·밑모습’이나 ‘밑바탕·밑절미·밑짜임·밑틀·밑판’으로 손보아도 되고, ‘밑받침·밑밥·밑뿌리·밑싹·밑자락·밑줄기’나 ‘바탕·바탕길’로 손볼 수 있어요. ㅅㄴㄹ 셀마에게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과연 팔룬은 부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 셀마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교육 오늘의 교육을 살핀다 → 배우는 오늘을 살핀다 / 오늘날 배움길을 살핀다 과거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 지난날 배움틀에서 벗어나 집안의 교육에 좌우된다 → 집안 가르침에 따른다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교육’ 얼거리는 ‘-의’를 털거나 ‘-을·-를’ 토씨를 붙이면서 ‘배우다·가르치다’나 ‘배움길·배움틀’ 같은 낱말로 손볼 만합니다. ㅅㄴㄹ 성교육이 거의 황무지에 가까운 이 나라의 교육환경에서 → 사랑을 거의 못 가르치는 이 나라 배움터에서 → 참사랑을 거의 못 다루는 이 나라 배움판에서 《아버지가 버렸다》(고도원 외, 오상사, 1983) 41쪽 자기 나라 영재들의 박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7 깨비잔치 우리가 누리는 잔치는 예부터 시골에서 마을을 이루면서 오순도순 지내는 사이에 하나둘 마련했습니다. 설이나 한가위를 비롯해 다달이 여러 잔치가 있고, 철눈(절기)마다 철빛을 헤아리면서 마음결이나 몸짓을 가다듬었어요. 시나브로 시골사람이 줄고 시골마을이 사라지기까지 하면서 ‘잔치’를 마련하거나 나누는 뜻이 잊힙니다. 오늘날 설이나 한가위는 ‘서울에서 시골까지 북새통인 길을 뚫고 겨우 찾아가서 얼굴을 슬쩍 보고는 다시 서울로 북새통을 가로지르며 돌아가는 날’쯤으로 여깁니다. 설놀이나 한가위놀이를 하는 사람은 드물고 모두 잊어버렸구나 싶어요. 겨울에 날개(연)를 띄운다거나 얼음을 지친다거나 눈을 뭉치는 놀이를 마을에서 안 해요. 봄에 멧자락으로 나물하고 봄꽃을 훑으러 바구니를 끼고서 노래하며 마실하는 살림도 이제는 없다시피 해요. 섣달에 ‘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