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형형하게 빛나는
형형하게 빛나는
→ 빛나는
→ 반짝이는
→ 밝은
형형하다(炯炯-) : 광선이나 광채가 반짝반짝 빛나며 밝다
반짝반짝 : 1. 작은 빛이 잠깐 잇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양 2. 정신이 잇따라 갑자기 맑아지는 모양
빛나다 : 1. 빛이 환하게 비치다 2. 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거나 윤이 나다 4. 눈이 맑은 빛을 띠다
밝다 : 1. 밤이 지나고 환해지며 새날이 오다 2. 불빛 따위가 환하다 3. 빛깔의 느낌이 환하고 산뜻하다
낱말책에서 한자말 ‘형형’을 찾아보니 “반짝반짝 빛나며 밝다”로 풀이하는데, 여러모로 뜬금없습니다. ‘반짝반짝’은 무엇이고, ‘빛나다’는 무엇이며, ‘밝다’는 무엇일까요? “형형하게 빛나는”처럼 적은 보기글은 ‘빛나는·밝은·반짝이는’ 셋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손질합니다. 그런데 낱말책 뜻풀이부터 얼른 고쳐야겠어요. ㅅㄴㄹ
밤에도 형형하게 빛나는 램프예요
→ 밤에도 빛나는 불이에요
→ 밤에도 밝은 불이에요
→ 밤에도 반짝이는 불이에요
《카페 메르헨 1》(하스코다 지로/오경화 옮김, 미우, 2011) 89쪽
ㄴ. 겹말 손질 : 기억을 되새김
기억을 되새김하고
→ 하루를 되새길
→ 나날을 되새길
기억(記憶)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되새기다 ㄱ : 1. 입 안의 음식을 자꾸 내씹다 2. 소나 양 따위의 동물이 먹은 것을 되내어 씹다 3. 지난 일을 다시 떠올려 골똘히 생각하다 ≒ 되새김하다
예전에 있던 일이나 모습이나 말을 다시 생각할 적에, 우리말로는 ‘떠올리다’나 ‘되새기다’나 ‘돌아보다’나 ‘되돌아보다’를 씁니다. 한자말로는 ‘기억’이나 ‘추억’입니다. “기억을 되새김하고”는 겹말이에요. ‘되새기다’ 하나만 쓰면 될 일이고, 앞말하고 묶어 “무슨 하루를 되새길”이나 “무슨 나날을 되새길”처럼 손볼 만합니다. ㅅㄴㄹ
무슨 기억을 되새김하고 있을까요
→ 무슨 하루를 되새길까요
→ 무슨 나날을 되새길까요
《고향에 계신 낙타께》(김성민, 창비, 2021) 5쪽
ㄷ. 겹말 손질 : 고르다 선택
어느 쪽을 고르든 … 분명한 선택을 해야
→ 어느 쪽이든 … 틀림없을 길을 골라야
고르다 : 여럿 중에서 가려내거나 뽑다
선택(選擇) : 1.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 초택(抄擇)·취택·택취(擇取)
한자말 ‘선택’을 낱말책에서 찾아보면 “골라 뽑음”으로 풀이하는데, 겹말풀이입니다. 우리말 ‘고르다’를 찾아보면 “가려내거나 뽑다”로 풀이하면서, 겹말풀이에 돌림풀이입니다. 이래서야 ‘고르다·가리다·뽑다’가 어떤 결인지 하나도 알 길이 없어요. 다만, 낱말책이 엉터리라 하더라도 우리까지 글을 엉터리로 쓸 까닭은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또렷이 똑똑히 틀림없이 환히 밝게 고를 노릇입니다. ㅅㄴㄹ
어느 쪽을 고르든 인생이 전과는 너무나 달라질 것이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는
→ 어느 쪽이든 예전과는 너무나 다른 삶이 틀림없을 길을 골라야 할 때는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미지, 위즈덤하우스, 2022) 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