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6 함박구름 달종이(달력)를 보면서 날을 세지는 않지만, 어릴 적에는 늘 달종이를 하나하나 세면서 “오늘은 어떤 날씨일까? 오늘은 어떤 구름일까? 오늘은 바람이 어떤 결일까? 오늘은 해가 언제 어디에서 뜨고 언제 어디로 질까?” 하고 꼬박꼬박 살피고 마음에 담았습니다. 여덟 살부터 날마다 이처럼 보내고 보니 열 살 즈음부터는 날씨알림(일기예보)보다 제 살느낌이 날씨를 바로 맞춥니다. 다만 여름에는 종잡지 못하겠더군요. 여름에는 소나기랑 무지개가 갑작스레 찾아오니까요. 구름 한 조각이 없던 하늘에 문득 구름송이가 생기고, 어느새 몽실몽실 위로 뻗을라치면 “아, 뭉게구름이다! 저쪽에서는 비가 올까?” 궁금한데, 이 뭉게구름은 느린 듯하면서 빨라요. 우리가 노는 쪽으로 다가오면 “얘들아, 비 오겠어! 달아나자!” 하고 외칩니다. 동무들은 “비? 구름도 없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5 키움눈 어릴 적에 ‘현미경’하고 ‘망원경’을 곧잘 헷갈렸습니다. 어른 눈길이라면 어떻게 둘을 헷갈리느냐고 묻겠지만, 어린이로서는 둘이 헷갈렸어요. 생각해 봐요. ‘현미경·망원경’은 우리말이 아니거든요. 바깥말이에요. “현미경으로 가까운 것을 크게 보니? 아니, 망원경인가?” “음,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런 말을 아홉열 살까지 동무하고 나누었습니다. 우리말 ‘먼눈’이 있습니다. ‘먼눈 ㄱ’은 멀리 있어도 보는 눈을 가리키고, ‘먼눈 ㄴ’은 눈이 멀어서 못 보는 눈을 가리켜요. ‘멀다’는 길게 떨어진 자리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까맣게 닫은 모습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멀리 떨어졌어도 보는 살림이라면, ‘먼눈 ㄱ’으로 나타낼 만하다고 느껴요. 곁에 있는 작은 것을 키워서 보는 살림이라면 “키워서 본다”는 대목을 헤아려 ‘키움눈’처럼 새말을 지을 만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1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4 나라마다 다릅니다만 으레 이렇게 말합니다. ‘300∼500 낱말만 알아도 모든 생각을 다 나타내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영어에서도, 일본말에서도, 우리말에서도 똑같습니다. 프랑스말이나 독일말이나 네덜란드말에서도 똑같지요. 더 많은 낱말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고작 ‘300∼500 낱말’만 알더라도 모든 생각을 얼마든지 담아낼 수 있어요. 왜 그러할까요? 우리는 ‘300∼500’이라는 바탕말이 있으면 이 바탕말을 알맞게 엮거나 붙이거나 자르면서 새말을 지을 수 있어요. 어느 한 가지를 나타내는 아주 새로운 낱말 하나가 있어야, 어느 한 가지를 똑똑히 나타낼 수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어느 한 가지를 나타낼 또 다른 말을 새롭게 엮어서 쓸’ 수 있습니다. ‘300∼500’이라는 낱말로 이리저리 엮다 보면 끝없이 새말을 지을 수 있는데, 이렇게 말짓기를 하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0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3 따지면 따질수록 낱말책은 ‘말을 다루는 책’이라고만 여길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낱말책은 ‘말을 다루는 책’을 넘는다고 느낍니다. ‘말을 다루는 책’ 너머에 있기에 낱말책이라고 할 만하다고 봅니다. 낱말책짓는 사람으로서 밝혀 본다면, 낱말책이란, ‘말을 다루는 길을 이야기하는 책’이지 싶습니다. 그저 말을 다루거나 싣는 책이 아닌, 말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쓰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야기할 적에 즐겁거나 새롭거나 뜻있는가를 넌지시 짚는 책이지 싶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길’을 돕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말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어서 생각하는 길’을 이끄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날이 아닌 날마다 새로운 날이듯, 모두 똑같은 말이 아닌 모두 새로운 말인 줄 느끼도록 북돋우거나 살리는 책이라고도 할 만해요. 우리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17 지지배배 한글날 보금숲 ― 어진내와 주시경 해마다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글을 기리고 돌아보면서 우리 말글살림을 헤아리는 하루입니다. 흔히 세종 임금님이 한글을 지었다고 여깁니다만, ‘한글’이란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붙였습니다. 세종 임금님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뜻은 ‘훈민’을 하는 ‘정음’이요, ‘사람들을 가르치’는 ‘바른소리’를 나타냅니다. 바른소리 우리가 오늘날 쓰는 글은 처음에는 ‘소리(바른소리)’였습니다. 우리글은 말소리를 비롯해 물소리에 바람소리에 새소리를 고루 담는 얼거리일 뿐 아니라, 웃음짓과 몸짓과 빛결을 두루 담는 얼개입니다. ‘말을 담는 그릇’을 넘어 ‘소리를 옮기는 그릇’인 ‘바른소리(정음)’예요. ‘말’이란, ‘마음’을 귀로 알아듣도록 담아낸 소리입니다. ‘글’이란, ‘말’을 눈으로 알아보도록 옮긴 그림입니다. 마음을 담고 소리를 옮길 수 있는 놀라운 글(바른소리)인 훈민정음인데, 조선 오백 해 내내 ‘암글’이나 ‘아해글(아이나 쓰는 글)’이었고, 한문은 ‘수글’이었어요. 임금님도 벼슬아치도 글바치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시작 그 앞 충분 준비되어 있지 -움을 겪어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충분하다(充分-) :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준비(準備) : 미리 마련하여 갖춤 처음 하기에 새롭습니다. 새롭게 하니 처음입니다. “새롭게 시작했지만”은 겹말입니다. “새롭게 나섰지만”이나 “처음으로 하지만”으로 손봅니다. 우리는 앞말을 받을 적에 ‘이’를 쓰는데, 이 보기글에 나오는 “그 앞에서”는 군더더기이기도 하고 옮김말씨입니다. 첫걸음에 나서되 아직 추스르지 않거나 덜되었다면, 때로는 두렵거나 떨거나 걱정할 수 있어요. 낯설기에 틀리거나 어긋날 수 있을 텐데, 처음으로 하기에 여태 알지 못 하던 길을 보고 느끼고 배우기도 합니다. ㅅㄴㄹ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그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겪어 본 이들에게 → 일을 새롭게 하지만 미처 추스르지 않았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 새롭게 나아가지만 아직 덜되었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11쪽 ㄴ. 나의 세계 확장 나의 마음 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에게도 삼진 아웃을 당했던 시절 삼진(三振) : [체육] 야구에서, 타자가 세 번의 스트라이크로 아웃되는 일 아웃(out) : [운동] 1. = 아웃사이드 2. 골프에서, 1라운드 18홀의 전반 9홀을 이르는 말 3. 야구에서, 경기 중에 타자나 주자가 그 자격을 잃는 일 당하다(當-) : 1. 해를 입거나 놀림을 받다 2. 어떤 때나 형편에 이르거나 처하다 3. 맞서 이겨 내다 4. 어떤 사람에게 부당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겪거나 입다 5. 좋지 않은 일 따위를 직접 겪거나 입다 6. 일이나 책임 따위를 능히 해내거나 감당하다 7. 다른 것에 해당하거나 맞먹다 8. 사리에 마땅하거나 가능하다 시절(時節) : 1. 일정한 시기나 때 2. = 계절(季節) 3. 철에 따르는 날씨 4. 세상의 형편 그 사람도 그런 날이 있습니다. 이 사람도 저런 때가 있어요. 들판에서 공을 던지고 치는 놀이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 “삼진 아웃”이라는 말씨를 써요. 들놀이 말씨를 따올 수 있되, 들놀이를 모르는 사람도 숱하지요. 이 글월에서는 ‘쫓겨나다’나 ‘밀려나다’라 하면 됩니다. ㅅㄴㄹ 긴즈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학문적 형식 논문 보호 갑옷의 역할 학문적(學問的) : 학문과 관련되었거나 학문으로서의 방법이나 체계가 서 있는 형식(形式) : 1. 사물이 외부로 나타나 보이는 모양 2. 일을 할 때의 일정한 절차나 양식 또는 한 무리의 사물을 특징짓는 데에 공통적으로 갖춘 모양 3. [철학] 다양한 요소를 총괄하는 통일 원리. 사물의 본질을 이루는 것으로 해석된다 4. [철학] 시간, 공간, 범주(範疇) 따위와 같이 사상(事象)을 성립하게 하는 선험적인 조건 5. [철학] 개개의 논증이 지니고 있는 그 논증을 타당하게 하는 논리적 구조 논문(論文) : 1. 어떤 것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적은 글. 그 체계는 대개 서론, 본론, 결론의 세 단계이다 2. 어떤 문제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적은 글 보호(保護) : 1.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 2. 잘 지켜 원래대로 보존되게 함 역할(役割) : 1.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 ‘구실’, ‘소임’, ‘할 일’로 순화 2. 역(役) 깊이 파고드는 길이란 배움길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2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 이지현 철수와영희 2023.4.5.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이지현, 철수와영희, 2023)를 읽었습니다. 푸름이한테 책을 읽히고서 책을 이야기하는 어른은 많으나, 영화·만화를 함께 보고서 찬찬히 이야기하는 어른은 드뭅니다. 더구나 책·영화·만화를 푸름이하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한 벌만 슥 훑고서 이야기하는 어른만 많습니다. 적어도 열 벌씩 되읽거나 다시보고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속뜻을 짚고 삶빛을 헤아리면서 앞꿈을 그리는 실마리를 열리라 봅니다. 그런데 글님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아직 얼마 안 본 듯싶습니다. 2013년 〈바람이 분다〉부터 보아야, 이이가 왜 ‘제로센 전쟁찬미’를 진작부터 곳곳에 담았고, ‘전범국가 이탈리아’를 그렇게 좋아하는가를 엿볼 수 있어요. 책도 영화도 만화도 힘·돈·이름을 거머쥔 이들이 속이거나 감추는 뒷길이 무척 많습니다. ‘광고’는 힘꾼(권력자)이 합니다. 작은사람이나 들꽃은 ‘광고’를 안 합니다. 우리가 어른으로서 푸름이하고 영화를 이야기하자면, 먼저 스스로 ‘100벌쯤 다시보기’ 할 만한 영화만 골라서 보고 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1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5 행복한 장애인》 김혜온 글 원정민 그림 분홍고래 2020.12.12. 《행복한 장애인》(김혜온, 분홍고래, 2020)을 읽으며 ‘이웃’을 생각해 봅니다. 어떤 낱말로 누구를 가리키든, 먼저 마음에 사랑을 담으면서 스스로 빛나지 않을 적에는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밟습니다. 하찮게 여기거나 이웃으로 마주하지 않기에 따돌려요. 서울 한복판 아침길(출근길)은 빽빽합니다. 북새통(교통지옥) 아침길에 목소리를 내면 메아리가 되기 어려워요. 바퀴걸상이 아니어도 북새통은 모든 사람한테 불수레(지옥철)이거든요. 서울 한복판 아침저녁에는 바퀴걸상뿐 아니라 아기수레도 못 다니고, 아기를 안고 다니기도 벅찹니다. 불수레에 시달리는 사람을 이웃으로 바라보아야 풀잇길을 낼 수 있습니다. 시골·서울 모두 자전거로도 뚜벅이로도 고달픕니다. 쇳덩이(자동차)가 너무 많아요. 시골에는 낮은버스(저상버스)가 하나도 없답니다. 아는가요? 다리꽃 목소리는 정작 시골에서는 여태 안 냅니다. ㅅㄴㄹ 인상이 부드러워 보이는 → 부드러워 보이는 → 얼굴이 부드러워 보이는 10쪽 아이들의 야유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