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44. 돌봄칸 아픈 사람이 퍼집니다. 불길처럼 번집니다. 곳곳에서 앓기에 ‘돌림앓이’라고 합니다. 돌고도는 아픈 눈물은 무엇으로 달랠까요. 비가 주룩주룩 내려 씻어 줄까요. 바람이 싱싱 불어서 보듬어 줄까요. 비가 뿌리고 바람이 스친 하늘은 파랗습니다. 비바람이 훑은 뒤에는 한결 상큼하면서 맑은 날씨로 갑니다. 어느 무엇으로도 비바람처럼 맑으면서 싱그러우면서 고우면서 파랗고 푸르게 달래듯 씻어 주지는 못하는구나 싶어요. 우리 삶터에 아픈 사람이 사라지고 앓는 사람도 기운내어 일어나도록 하자면, 틈틈이 비바람이 찾아들어 온누리를 어루만져 줄 노릇이지 싶습니다. 돌림앓이 요사이는 ‘병(病)’이란 말을 흔히 쓰고, ‘병원’이란 이름을 붙이며, 이곳에는 ‘병실’이 가득합니다. 이 땅에서 ‘병’이란 한자를 쓴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참으로 오래도록 이 땅에서 쓰던 말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프다’요, 둘은 ‘앓다’입니다. 몸이 다칠 적에 ‘아프다’라면, 몸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움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안 깊은 갖고 있는 모양 모양(模樣) : 1. 겉으로 나타나는 생김새나 모습 2. 외모에 부리는 멋 ≒ 모상 3. 어떠한 형편이나 되어 나가는 꼴 4. 남들 앞에서 세워야 하는 위신이나 체면 5. 어떤 모습과 같은 모습 6. 어떤 방식이나 방법 7. 짐작이나 추측을 나타내는 말 겉에 있지 않은 마음입니다. “마음 안에 있다”가 아닌 “마음에 있다”처럼 적어야 알맞습니다. “깊은 노래 우물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는 “노래 우물이 깊은 듯합니다”나 “노래 우물이 깊구나 싶습니다”로 고쳐씁니다. ‘ㄴ’을 잘못 붙이면 옮김말씨이고, ‘-고 있다’느 옮김말씨에 일본말씨예요. ㅅㄴㄹ 마음 안에 엄청나게 깊은 노래 우물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 마음에 있는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은 듯합니다 → 마음에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구나 싶습니다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백창우, 보리, 2003) 45쪽 ㄴ. 법치주의 확립된 사회 평탄 것 식구(食口) : 1.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2.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법치주의(法治主義)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큰 책임 도시(都市) :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온실가스(溫室gas) : [지구] 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산화 탄소, 메탄 따위의 가스를 말한다 배출(排出) : 1. 안에서 밖으로 밀어 내보냄 2. [수의] 동물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일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책임(責任) :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 책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制裁) 뜨겁게 나오는 김이라면 ‘더운김’으로 여길 만합니다. 우리 삶터에 먼지처럼 나오는 김이라면 ‘먼지김’이라 할 만하고요. 서울은 우리나라 큰고장 가운데 가장 매캐합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살되, 가장 어지럽고 가장 기름이며 물이며 돈을 많이 쓰는 데가 서울입니다. 서울이야말로 먼지김을 내쁨은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내일의 피로 예정되어 있 행복감 차 있었 내일(來日) : 1. 오늘의 바로 다음 날 ≒ 명일 2. 다가올 앞날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예정(豫定) :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하거나 생각함 행복(幸福) :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감(感) : ‘느낌’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이튿날 고단하거나 힘들 수 있어요. 오늘 너무 힘을 쓴 탓에 다음날은 버겁거나 고될 수 있습니다. ‘행복감’처럼 붙이는 ‘-감’은 군더더기입니다. 즐겁거나 기쁘다고 말할 적에는, 이미 어떤 ‘마음’이거나 어떻게 ‘느끼’는가를 밝히거든요. “-어 있다”는 얄궂게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ㅅㄴㄹ 내일의 피로는 예정되어 있지만 마음은 행복감으로 차 있었다 → 이튿날은 고단하겠지만 마음은 즐겁다 → 다음날은 고될 테지만 마음은 기쁘다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9쪽 ㄴ. 대신 국민들의 영원한 謝意 선물 대신(代身) : 1.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음 2.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66. 나래꽃 ‘우표(郵票)’는 일본이 만들어서 우리나라에 퍼뜨렸다. 우리나라로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거나 짜거나 짓기 어렵던, 아니 모조리 이웃나라한테서 받아들여서 써야 하던 지난날이었으니 어쩔 길이 없었으리라. 일본사람이 지어서 퍼뜨렸기에 안 써야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본을 안 거치고서 ‘postage stamp’나 ‘stamp’를 곧바로 받아들여서 나누려 했다면 어떤 이름을 지었을까? 아무래도 1884년에는 한자를 썼을 만하지만, 글월을 글자루에 담아 띄울 적에 “훨훨 날아간다”는 뜻으로 ‘나래·날개’ 같은 낱말을 살려썼을 수 있다. 글월을 ‘보내다’라고만 하지 않고 ‘띄우다’라고도 하기에, ‘띄우다 = 날려서 가다’라는 얼거리를 돌아볼 만하다. 글월을 띄우는 값을 미리 치러서 붙이는 종이는 작다. 테두리가 오돌토돌하다. “작은 종이꽃”으로 여길 만하다. “날아가는 작은 종이꽃”이기에 ‘날개꽃·나래꽃’처럼 새롭게 가리킬 수 있다. 어느덧 ‘우표’를 쓴 지 한참 지났어도, 우리 나름대로 새길을 찾는 새말로 새꽃을 피울 만하다. 날개꽃 (날개 + 꽃) : 글월을 부칠 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트집 어떤 말썽이 불거질 적에 누구 때문이라고 여기며 탓할 수 있습니다. 사달이 날 적마다 골치를 앓으면서 잘잘못을 따질 만해요. 골머리를 앓는 온갖 근심걱정을 어떻게 푸나 하고 떠들기도 합니다. 말이 안 되는 일은 왜 일어날까요. 나쁜 일이나 못된 짓은 왜 그치지 않을까요. 부라퀴가 걷히지 않고, 각다귀가 사라지지 않으니, 아무래도 이 나라는 지저분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얄궂은 일이 자꾸 터지고, 터무니없는 말이 으레 춤추니, 이 터전은 그야말로 멍청하거나 엉터리로 여길 만해요. 그러나 모든 부끄러운 짓은 어느 곳에서만 불거지지 않습니다. 모든 곳이 썩었기에, 우리 스스로 철없는 덩굴에 갇혔기에, 혀를 내두를 만한 궂은 일이 잇따른다고 느껴요. 남을 트집 잡을 수 없습니다. 바로 나부터 어느 대목이 어그러졌나 하고 되새길 노릇입니다. 시끄러운 일은 서울뿐 아니라 시골에도 수두룩합니다. 시골에서 벼슬꾼이 뒷돈을 주고받으면서 벌이는 고약한 짓이 안 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팽팽하다 저는 따로 마실만 다니지 않습니다. 시골집에서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든지, 자전거를 몰고 우체국으로 글월마실을 다녀온다든지, 이웃고장에 이야기마실을 다녀오며 책숲마실을 하기는 하지만, 이름을 붙이기로 ‘마실’일 뿐입니다. 먼길을 오가며 부릉이(버스)에 몸을 싣되, 이밖에는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탑니다. 따로 걸음마실을 하지 않습니다. 여느때에 걸을 일이 없는 숱한 서울사람이 뚜벅마실을 합니다. 예전에는 서울내기(도시인)도 그리 멀잖으면 가볍게 거닐며 하늘바라기에 들꽃바라기에 바람바라기였다면, 바쁘게 다투거나 팽팽하게 맞서야 하는 고단한 나날을 보내면서 그만 걷기를 잃고 말아요. 서둘러 가야 하니 부릉부릉 몰아요. 얼른 오가야 하니 부릉부릉 매캐한 내음을 일으킵니다. 누구나 으레 걷던 무렵에는 책꾸러미가 없더라도 느긋이 책 몇 자락씩 읽고 누리던 살림이라면, 거님길을 잊으면서 책읽기하고 등지는구나 싶어요. 옥신각신 불꽃튀는 삶은 고달프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휩쓸리다 아이들은 가볍게 걷습니다. 적잖은 어른은 아이들이 함부로 움직인다고 여기곤 하지만, 아이들 발걸음은 춤짓입니다. 마구 구는 아이들이 아닌, 한 발짝을 떼는 작은 몸짓조차 춤노래로 즐기는 웃음꽃입니다. 아이들은 오두방정을 떨지 않아요. 아이들은 마음을 쏟을 곳이 있으면 한나절이고 두나절이고 꼼짝을 않고서 지켜볼 수 있어요. 배고픈 줄 잊고서 뛰놀아요. 겉으로 훑을 적에는 어린이 마음도 못 읽지만, 풀꽃 속내도 못 읽고, 빗방울 이야기도 못 느끼게 마련입니다. 어린이가 훌륭히 자라기를 바라지 말아요. 어른부터 스스로 아름답게 살림을 가꾸면서 사랑스럽게 하루를 지으면 됩니다. 뛰어나거나 빼어나게 재주를 키워도 안 나쁘되, 이보다는 마음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추슬러서 언제나 곱게 얘기하고 생각을 드러내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남한테 내보일 재주가 아닙니다. 하루를 일굴 자그마한 손길입니다. 춥네 덥네 호들갑을 떨지 말고, 날씨를 우리 마음으로 다스려 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4 《매일 휴일 1》 신조 케이고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5.30. 《매일 휴일 1》(신조 케이고/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를 읽다가 예전에는 그냥그냥 지나쳤을 낱말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습니다. ‘연금’이라는 한자말은 세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알까요? 쉬우면서 또렷하게 우리말로 마음을 밝히는 길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민간요법’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그냥그냥 쓰느라 정작 속뜻을 모르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단독주택 라이프가 시작되다”는 아주 엉터리로 쓰는 일본말씨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쓰는 말씨를 멋스럽다고 여기지 않나요? 이런 말씨가 ‘서울스럽다(도시적)’고 여기면서 즐기지는 않나요? 어깨에 힘을 잔뜩 넣는 말씨로는 삶을 못 밝힙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서 나긋나긋 나누려는 말씨에 비로소 사랑이 흐를 만합니다. 투박하고 작게 나아가려는 발걸음과 손짓에서 서로서로 헤아릴 줄 아는 즐거운 이야기가 흐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와다 하나에, 83세, 연금 생활 → 와다 하나에, 83살, 곁돈살림 → 와다 하나에, 83살, 꽃돈살림 16쪽 난 그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3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우표의 세계》 서은경 현암사 2023.4.5. 《우표의 세계》(서은경, 현암사, 2023)를 읽다가 ‘나래터(우체국)’에서 쓰는 숱한 말이 일본말씨인 줄 새삼스레 느낍니다. ‘초일봉투’나 ‘전지’ 같은 일본말씨를 여태 안 고치는군요. 저는 어린이로 살던 1982년부터 나래꽃(우표)을 모았습니다만, 나래꽃책(우표첩)을 빌려주고서 못 돌려받은 뒤로는 더는 모을 마음이 사라졌으나, 다달이 읍내 나래터에 가서 《우표》란 달책은 꼬박꼬박 읽습니다. 글쓴이는 ‘나이든 아재’를 꽤 거북하게 여기는 듯싶은데, 글쓴이도 머잖아 ‘꼰대 아재’ 나이에 이릅니다. 그분들이 비록 ‘꼰대 아재’여도 ‘나래꽃’ 하나에 깃든 작은 살림을 이야기하며 눈망울을 반짝이는 어린날을 보낸 기나긴 길을 걸어온 줄 좀 헤아려 보았다면, 이 책은 새록새록 돋보였으리라 느낍니다. 글쓴이가 모으는 나래꽃만 빛나야 하지 않아요. 요새 나래터 앞에 서는 줄은 예전에 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쪽종이가 왜 ‘나래(날개)’인지 살피기를 바라요. ㅅㄴㄹ 편지 한 통을 보낼 때 우편 요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 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