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5
나가는곳
일본 쇳길(전철)에는 언제부터 한글을 나란히 적었을까요? 일본 쇳길에 적힌 한글이 익숙한 분은 예전부터 그러려니 여길 수 있고, 퍽 오랜만이나 처음으로 일본마실을 한 분이라면 새삼스럽다고 여길 수 있어요. 모든 나루에 한글이 적히지는 않습니다만, 큰나루는 어김없이 한글을 적습니다. 나루이름을 한글로 적고, ‘나가는곳’이라는 글씨를 함께 적더군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루에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을 적습니다. 곁들여 한자로 ‘出口·入口’를 적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말이요, 무엇이 일본말일까요? 바로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이 우리말이요, ‘出口·入口’가 일본말입니다. ‘出口·入口’를 한글로 옮긴 ‘출구·입구’는 우리말일까요? 아닙니다. 일본 한자말을 한글로 옮겼을 뿐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보면 ‘출구(出口)’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 ‘나가는 곳’, ‘날목’으로 순화”로 풀이하고, ‘입구(入口)’를 “들어가는 통로.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순화”로 풀이해요. 낱말책 뜻풀이도 ‘출구·입구’는 우리말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그렇지만 낱말책에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은 아직 없어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나루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이 말을 쓰는데 낱말책은 언제쯤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을 실으려나요?
더 헤아리면 ‘나가는길·나감길’이나 ‘들어오는길·들어옴길’처럼 써 볼 만합니다. ‘날목·들목’을 잘 살려서 써도 어울립니다. 널리 쓰는 ‘나들목’이란, 나가거나 들어오는 목이에요. ‘나들목’이라는 낱말을 알맞게 쓰듯이 ‘나들길’이나 ‘나들곳’도 쓸 수 있어요. 나가는 자리는 들어오는 자리이기도 하거든요. ‘나들길·나들곳’은 ‘출입로·출입구’를 고쳐쓸 만한 낱말입니다.
삶터 곳곳에서 즐겁게 쓰는 말을 낱말책에 담으면 됩니다. 낱말책에 알맞게 담은 말을 둘레에 찬찬히 알려 삶터 곳곳을 환하게 가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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