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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날 이레말 - 겹말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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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ㄱ. 책 북 간

그림책 … 더미북 … 신간

→ 그림책 … 보기책 … 새책

dummy book : x

신간(新刊) : 책을 새로 간행함. 또는 그 책

​​

책은 그저 책입니다. 다른 말로 풀자면 ‘꾸러미·꾸리’라 할 수 있어요. 보기글은 짧은 한 줄에 ‘그림책·더미북·신간’처럼 세 가지 말을 뒤섞습니다. 책이면 그저 ‘책’이라 하면 됩니다. ‘북(book)’이나 ‘간(刊)’이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일본말 ‘신간·구간’은 걷어내고서 우리말 ‘새책·헌책’을 쓰면 돼요. 영어 ‘더미북’은 치우고서 우리말 ‘보기책·보임책’을 쓰면 됩니다. ㅅㄴㄹ

그림책을 구상하고 더미북을 만들고 신간을 내기까지

→ 그림책을 생각하고 보기책을 묶고 새책을 내기까지

《나의 작은 화판》(권윤덕, 돌베개, 2020) 22쪽

 

 

​ㄴ. 기근 굶주림

 

기근, 굶주림

→ 굶주림

기근(飢饉/饑饉) : 1. 흉년으로 먹을 양식이 모자라 굶주림 2. 최소한의 수요도 채우지 못할 만큼 심히 모자라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굶주림 :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는 것 ≒ 기아·기황

​한자말 ‘기근’은 우리말 ‘굶주림’으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글쓴이는 이 대목을 몰랐으니 “기근, 굶주림”처럼 겹말을 쓰고 말 테지요. 그저 수수하고 쉽게 숲빛으로 우리말을 펴면 됩니다. 어린이 곁에서 어깨동무하는 말씨를 헤아린다면, 겹말이 불거지지 않습니다. ㅅㄴㄹ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악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죠. 가난이나 기근, 굶주림, 인격 모독, 폭력, 거짓, 파괴

→ 싸움은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나쁜짓이라고 할 수 있죠. 가난, 굶주림, 쓰레말, 주먹질, 거짓, 부숨

→ 싸움은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끔찍덩어리라고 할 수 있죠. 가난, 굶주림, 윽박말, 주먹질, 거짓, 부수기

《저항하는 평화》(전쟁없는세상, 오월의봄, 2015) 354쪽

 

 

ㄷ. 진퇴양난의 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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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

→ 구석에 몰렸는지

→ 갈팡질팡하는지

진퇴양난(進退兩難)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

딜레마(dilemma) : 1.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궁지’로 순화 2. [논리] = 양도 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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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적에, 한자말로는 ‘진퇴양난’이라 하고, 영어르는 ‘딜레마’라 한다지요. 이 글월처럼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라 하면 겹말입니다. “구석에 몰렸는지”나 “벼랑에 몰렸는지”로 손질할 만합니다. “갈팡질팡하는지”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지”나 “헤매는지”로 손질해도 되어요. ㅅㄴㄹ

어쩌면 민족문학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 모릅니다

→ 어쩌면 겨레글은 구석에 몰렸는지 모릅니다

→ 어쩌면 겨레글꽃은 갈팡질팡하는지 모릅니다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염무웅, 창비, 2021) 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