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6
한자말을 쓰지 말자?
저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저는 언제나 우리말을 씁니다. 우리말로 녹아든 ‘한자로 지은 낱말’이나 ‘일본에서 들어온 낱말’이나 ‘영어에서 온 낱말’이라면, 모두 똑같이 우리말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씁니다. 다만 ‘한자로 지은 티’가 풀풀 나는 한자말은 굳이 안 씁니다. 왜냐하면 저로서는 온사랑을 듬뿍 담아서 즐겁게 쓰면서 기쁘게 삶을 노래하도록 생각을 북돋우는 우리말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자말을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영어를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낱말을 골라서 쓰든, 우리는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으면 돼요. 우리는 서로 마음이랑 마음으로 아끼고 보듬으며 어깨동무할 수 있으면 돼요.
눈을 감고 바라보셔요. 무엇이 보일까요? 눈을 감은 눈으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두 눈을 감고 서로 바라본다면, 네 얼굴이나 키나 몸짓은 하나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두 눈을 감고 서로 마주한다면, 네가 아무리 가멸차거나 가난하다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대목을 처음부터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을 나눌 적에도 언제나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자말을 덕지덕지 넣는 말씨’인가 ‘이쁘장하게 꾸민 말씨’인가를 살필 일은 없습니다. 어떤 낱말을 골라서 쓰든, 낱말 하나는 우리 삶이고 몸짓입니다. 우리 스스로 삶하고 몸짓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서야 우리 말씨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쓰지 말자고 하면 부질없지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말을 찾아서 즐겁고 기쁘게 이야기를 펴면 됩니다. 아이들하고 아름답게 나눌 말을 즐겁게 헤아려 보셔요. 시골 할매랑 할배하고 사랑스레 주고받을 말을 기쁘게 헤아려 보셔요. 우리 이웃하고 나눌 말을 가만히 살펴요. 내 마음이 네 마음에 닿고, 네 마음이 내 마음에 닿을, 마음꽃을 피울 말을 생각해서 써요. 그러면 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