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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우리말로 몇까지 셀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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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글씀이 한실 ]

 

 

여러분은 우리말로 몇까지 셀 수 있습니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아홉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온.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마흔아홉 쉰 또는 쉰아홉까지는 잘 세다가 그 다음에 예순하면 육십으로 넘어가고. 또 그 다음에 육십 칠십 팔십 구십 이렇게 세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도 온, 온이 백인데요.

온이 백을 밀어내고 안방차지해서 온이라고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온 누리나 온 집안 같은 말에서 그 자취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로 셈을 안 하다 보니까

옛날 같으면 열줄 스무줄 마흔줄 쉰줄에 들었다 이렇게 말한 것을 

오늘날은 다 십대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말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쉰 해 앞만 해도

쉰줄에 들다, 그 사람은 마흔줄일걸? 이랬던 거죠.

그런데 이제 열줄 이러면 거의 귀에 거슬리다시피 안 들어오지요?

그 사람 아직 열줄일걸 아냐 스무줄일 거야 이랬던 것을 오늘날 이 대가 줄을 밀어내고 자리차지한 거죠.

마흔아홉 쉰 쉰하나 이래 가다가 예순 일흔 해야 할 때 육십 칠십으로 건너뛸 뿐 아니라

육순 칠순하면서 육순잔치 칠순잔치 팔순잔치 이렇게도 많이 말합니다.

잔치라는 말도 잘 안 쓰고. 무슨 연회다 연이라고들 많이 쓰는데요.

​그래서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이거를 되찾아서 우리말살이에서 자주 써버릇해야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은 온 즈믄 골 잘 울 곧 백 천 만 억 조인데.

다 잊어먹어서 이거 살려내는 거는 우리가 아주 애써야 좀 살아납니다.

온하나 온둘 온셋 온넷 온다섯 온여섯 온일곱 온여덟 온아홉 온열 이래 가는거죠.

온열 온스물 온서른 온마흔 온쉰 온예순 온일흔 온여든 온아흔.

그러고 온아흔아홉 그러면 두온 이래 됩니다.

두온은 이백입니다.

그 다음에 서온은 삼백이고요.

너온 닷온 엿온 일곱온 여덟온 아홉온 그 다음에 아홉온아흔아홉 이러면 구백구십구라는 말입니다.

그 다음에 아홉온아흔아홉 그러면 이제 즈믄되죠.

즈믄은 천입니다.

그러면 즈믄하나 즈믄둘 이렇게 가서 즈문열 즈믄스물 즈믄서른 즈믄마흔 즈믄쉰 즈믄예순 즈믄일흔 즈믄여든 즈믄아흔 즈믄온 이러면 천백이죠.

그러면 즈믄온하나 즈믄온둘 이래 가다가 즈믄두온 즈믄서온 즈믄너온 이래 가겠죠?

그래 가다가 즈믄아홉온아흔아홉 그러면 두즈믄이 되겠죠.

이천이 된단 말입니다.

그러면 두즈믄하나 이래 가다가 두즈믄아홉온아흔아홉 그러면 서즈믄이 되는 거고요.

그러면 서즈믄 너즈믄 닷즈믄 엿즈믄 일곱즈믄 여덟즈믄 아홉즈믄.

아홉즈믄아홉온아흔아홉 이러면 구천구백구십구입니다.

아홉즈믄아홉온아흔아홉 그 다음은 이제 골 곧 만이 되는거죠. 골하나 골둘 똑같이 이래 가고요.

그러면 99999 이거 어떻게 읽어야 될까요?

그러면 만이 골이라는 말입니다. 만이 골.

이 몸이 죽고 죽어 골백번 고쳐죽어 이런 말 있죠?

이런 옛어른들 노래가 있는데.

이 몸이 죽고 죽어 골백번할 때 벌써 백이 온을 잡아먹었습니다.

고쳐서 말한다면 이 몸이 죽고 죽어 골온디위 고쳐죽어 이래야 되겠죠.

여기만 해도 골이 살아있습니다.

그러니까 구만 이러면 아홉골이죠.

아홉골 구천 아홉즈믄 구백 아홉온 구십구는 아흔아홉.

그리하여 아홉골 아홉즈믄 아홉온 아흔아홉이 됩니다.

그러면 이제 잘로 넘어갑니다. 잘, 잘은 억이라는 말입니다 억.

그리고 이제 조, 조는 우리말로 울입니다.

우리말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숫자인데, 모르죠.

그 위에 더 있었는데 우리가 잊어먹었는지.

이래서 온 즈믄 골 잘 울, 온 즈믄 골 잘 울. 이걸 좀 외는 게 좋습니다.

온 즈믄 골 잘 울. 백 천 만 억 조. 온 즈믄 골 잘 울.

이래서 이거를 우리가 다른 나라 말이든 뭐라도 하나 그것을 익혀서 쓰려면

외우든지 되풀이해서 써야 그걸 익숙하게 쓸 수 있습니다.

다른나라 말조차 익히고 외워서 쓰려고 하면서.

우리 한아비가 오랫동안 써온 우리말을 이렇게 내팽개치고 이걸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은 좀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우리겨레가 우리말을 버리고 우리 얼이 깃들어 있는 우리 한아비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한아비 이런 말도 모르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조상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한아비들이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보듬어왔던 이 말을 내팽개치고 아주 잊어버려서야 되겠습니까?

[퍼온 곳] 배달 겨레말 살이 13- 온, 즈믄, 골, 잘, 울|글씀이 한실